“노인이 폐지 판다고 수입 조사” 성토
ㆍ서울 종묘공원에서 ‘기초연금 권리보장 노인대회’ ㆍ“내달 시행 기초연금법 빈곤 노인엔 효과 없어” 참가자들 “개정” 요구
서울 노원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94세 어머니와 함께 사는 박명희씨(68) 모녀의 월 소득은 기초생활수급비와 기초노령연금으로 받는 70만원이다. 한 달 10만원가량의 가스비,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은행에서 대출받은 1300만원의 상환금 8만2000원, 각종 공과금 등을 빼면 남는 돈은 30만~40만원이 전부다.
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개정 기초연금법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지만 노인들은 “법만 바뀌었지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”고 지적하고 있다.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른바 빈곤 노인들의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.
10일 노년유니온·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모임·빈곤사회연대·내가만드는복지국가 등은 서울 종묘공원에서 ‘기초연금 권리보장 노인대회’를 가졌다. 이 자리에서는 새로 도입되는 기초연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. 개정법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소득과 재산을 환산해 하위 70%에 해당하는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현행 월 약 10만원에서 10만~20만원으로 확대된다.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연금을 더 받는 만큼 수급비를 덜 받도록 돼 있어 빈곤 노인들에겐 혜택이 그대로다.
기초생활수급자인 박씨는 “다음달부터 연금을 더 받아도 수급비를 덜 받는 구조여서 지원금은 늘지 않는다”며 “정부가 말하는 복지정책 확대의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다”고 말했다.
현재 기초생활보장제에 의하면 기초연금뿐 아니라 근로소득 등 일정 한도 이상 소득이 발생하면 수급비도 줄어든다. 빈곤층의 근로의욕을 촉진하려는 정책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자칫 노인빈곤층을 기초생활수급의 덫 안에 가둬둘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. 김병국씨(80)는 “77세 된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수급비만으로 살 수 없어 폐지를 주우니 구청에서 얼마 버는지 확인하러 나온 적이 있다”고 전했다. 노년유니온 등은 이날 “국내 노인빈곤율이 49.2%로 OECD 평균인 12.4%의 3배가 넘는 상황에서 현행 제도대로라면 가장 가난한 노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 노인 40만명은 실질적으로 기초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”이라고 주장했다.
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“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예산 때문에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려 하기 때문”이라며 “예산을 늘려 대통령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똑같이 지급해야 한다”고 말했다.
보건복지부는 “기초연금은 모든 노인계층에게 월 20만원 이상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,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이미 월 20만원이 넘는 혜택을 받고 있어 ‘이중 지원’이 되고 차상위계층과의 형평이 맞지 않다”고 밝힌 바 있다.
<박은하 기자 eunha999@kyunghyang.com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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